2008. 10. 26. 13:58

어머니와 영화 본 날_20081025

어머니랑 영화를 같이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랑 한 번 영화를 본 게 생각이 난다. 아마도 서산대사였나 그랬는데 주로 불교 관련한 영화를봤다. 한 번은 영화광이었던 누나의 소개로 아버지와 나 그리고 누나도 있었던가 기억이 희미한데, 소림사를 주제로 한 중국무술영화를 봤다. 아버지는 소림사가 나와서 선듯 나서셨는데, 내용은 불교 내용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에 부랴 부랴  나온적이 생각이 난다. 나에게는 나름 잼 났는데....

어머니와의 영화 데이트는 맘마미아 후기에 누나의 댓글로부터 촉발되었다. 어머니 말로는 10여년 전 타이타닉을 혼자 보시고는 영화봤다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이 내 마음 저 밑을 저려오게 한다.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 세대 분처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가 어린 나이 아버지에게 시집을 와서 고생이란 고생을 다하셨다. 나름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엄한 외할머니 아래서 유독 어머니만 집안을 거의 도 맡다시피 하고, 공부도 잘 하셨다고 했는데 그렇게 간절하게 원했던 한의대를 가지 못하시고 대신 아버지랑 결혼하셨다. 아무런 밑천이 없었던 아버지와 결혼생활은 누나, 형, 나 세자식을 놓고 집안을 돌보시고 우리를 키우시고 하면서 지금껏 고생하고 계신다. 지금도 우리 형네 조카들을 돌봐 주신다고 매일 형네 집에 가신다.

어머니는 로맨티스트다. 당신은 한 번도 멀리 여행을 가시거나, 단 하루라도 맘 놓고 놀아 본 적이 없으시지만, TV속에서 나오는 멋진 사랑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좋아하신다. 어머니와 생활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누리는 주인공을 시기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를 좋아하신다. 그리고 그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신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신다. 

어머니는 대단한 열정가이시다. 난 어머니가 단 10분이라도 노시는 적이 본적 없다. 일요일은 집에서 쉬는 날인데도 하루 종일 재봉틀앞에 앉아 계신다. 너무 일만 하셔서 하루는 내가 짜증을 내면서 도대체 뭘 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조카 옷 품을 늘리고 계신단다. 우리 집안 일, 형네 집안일. 거기다가 어머니는 공부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계시다. 지금 나이에도 역학을 공부하신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1시 넘게 그 책을 어김없이 보고 계신다. 내가 너무 불안하게 살아서 쟤의 운명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궁금해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쩝..
그리고 지금은 대학강좌까지 들으시고, 더 배울게 없으신가 이젠 아들처럼 댄스도 배우신단다. ^^

토요일 오후 4시 30분걸로 보기로 하고 어머니랑 극장엘 갔다. 표를 사고 자리를 잡아 보는데 살짝 걱정되었다.
어머니 시력도 있고, 자막도 볼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났는데 어머닌 아주 집중해서 잘 보신다. 나도 영화에 집중엘 했다. 영화가 끝나고 어머니에게 물어 봤더니, 잼 났다고 했다. 내용도 잘 이해하시고. 음악이 좋다고 하셨다.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다음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어머니가 내리시면서 그러신다. '홍능아, 영화보여줘서 고맙다. 네가 아니면 누가 보여주겠노' 이 말씀이 계속 밟힌다. 또 좋은 영화가 오면 어머니랑 보러 갈 생각이다.
가까운 곳에좋은 행사나 공연이 있으면 어머니랑 함께 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어머닌 어머니 이기전에
이 세상에 꿈 많았던 로맨티스트고 여자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난 늘 엄마를 사랑해요. 이젠 내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여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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