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3. 21:32

광교산 통신대 무휴식 완주_20081013

그러니까 광교산 통신대 도전을 9월 6일 첫 도전이후 7번째 만에 오늘 한 번의 중간의 휴식없이 마침내 한 번에 올라섰다. 나에게서는 불가능이라 느껴졌던 한 번만의 완주를 해내었다. 무지하게 기쁜 날이다.

오늘은 집을 나설 때부터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사실 지난 주에 완주를 목표로 삼았는데 주초 클립페달로 바꾸면서 목표 달성의 차질이 생겼다. 클립페달은 페달과 페달용 신발이 한 짝을 이루어 져 있는데, 페달에 클립이 있어 신발에 달린 오목한 부분에 끼우게 되어 있다. 일반 페달은 페달을 누를때만 힘을 실을 수 있지만, 클립페달은 페달을 누릴때와 올릴 때 다 힘을 줄 수 있게 된다. 대신에 페달과 신발이 접착되어 있어 자전거가 멈추기 전 반드시 페달과 신발을 분리해야 한다. 이게 익숙하지 않으면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다. 그래서 사실은 스피드를 얻는 대신에 익숙해 질 때까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난 일주일 동안 내 다리에 성한 구석이 없다. 적어도 하루에 두어번씩 넘어지거나 아님 페달에 쓸리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여튼, 페달클립을 바꾸면서 익숙해 지는 지난 주 동안 두 번의 도전을 시도 하였으나,한 번은 체력 부족으로 한 번은 스킬부족으로 약수터 위에서 늘 멈춰 서야 했다.

집을 나서면서 이 번 주 금욜 있을 이벤트를 위해서라도 유산소 운동의 강화를 위해서 오늘은 반드시 헬기장으로 올라리가리 맘을 먹었다. 먼저 광교산 종점(통신대를 올라가는 출발점)까지 빠르게 올라가서 쉬었다. 여기서 제대로 쉬어주지 않으면 난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도착하여 담배를 하나 물고 쉬고 있는데,
인상 좋은 베테랑 같은 분이 헬기장엘 같이 가자고 권하신다. 딱 한 눈에 실력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초보라고 이야기 했는데, 같이 올라가잔다. 여기 수원 자전거인들은 정말 좋으신 분이 많은 것 같다. 따라 올라갔다. 이미 6시를 넘겨 주위는 어둑 어둑 해지고 있었다.  기어를 최 저단으로 맞추고 운행을 시작했다. 이젠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무리없이 올라간다. 서선생님이 자전거 경력을 물어서 2개월이라 대답했더니, 이것 저것 가르쳐 주시며 올라갔다. 올라가다가 일행 한 명을 더 만났다.  그렇게 세명이서 완전히 어두워진 광교산 통신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첫번째 고비 약수터까지다. 약 1.4km 되는데 마지막 약수터까지가 꽤 가파르다. 서선생님의 독려를 받으면 같이 합류한 분과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약수터 이르기 300m 전부터 난 처지기 시작했다. 사실 난 나의 페이스를 알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샌생님과 또 한 분은 먼저 올라갔다. 약수터를 지났다. 이젠 두번의 고비가 있다.
지금부턴 800m 직선 코스 오르막이다. 400m까지는 빨래판으로 불리는 시멘트 길이다. 아스팔트 길과 다르게 경사도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빨래판처럼 결이 쳐저 있어 가뜩이나 힘든 자전거 운행을 정말 힘들게 만든다. 여긴 내려올 때도 무섭다. 결을 밟고 하강을 하면 그 충격에 온 몸이 다 떨린다.  여기서 난 클립을 하고 두번이나 멈춰 선 곳이다. 이를 악물고, 안장 맨앞으로 바짝 땡겨 앉고 몸을 최대한 낮췄다. 페달을 아주 힘차게 밟았다. 속도가 거의 3.8km/h 정도 나온다. 이건 걷는 것보다 느린거다. 속도가 나지 않으니 핸들이 흔들린다. 그럴때마다 핸들로 균형을 잡으며 그 구간을 빠져나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 썼다. 숨이 턱까지 찼다. 일단 빨래판을 통과했다. 그리고 여전히 가파르지만 상대적으로 약간 약한 오르막이 나온다. 여기서는 마지막 깔딱고개 30m를 위해 쉬어줘야 한다.
즉, 자전거를 최대한 속도를 낮춰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서 힘을 아껴둬야 한다. 그리고 100m  더 오른 후, 깔딱고개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이젠 몸을 앞으로 엎드리시피 바짝 엎어지고,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클립이라 쓰러지고 뭐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마구 밟았다. 여긴 거의 30도에 이르는 광교산 최악의 구간이다. 앞바퀴가 들리려 하는 걸 몸으로 굽혀 팔로 지그시 누르며 앞으로 앞으로 올라갔다.  만약에 이 구간이 10m만 더 길었다면 난 옆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아무리 밟아도 스피드가 나오질 않아 이미 핸들의 조정은 잃은 상태다. 마지막 구간을 딱 넘는 순간 나는 짐승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서샌생님의 축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다.

마지막 헬기장까지 한 구간이 더 남았는데, 사실은 아래 코스의 난이도에 비하면 힘들지 않다. 그러나 너무 숨차 계속 헐떡거리며 구간을 밟아 나갔다. 저 넘어 어둠속에서 빛이 어슴프레 보인다. 헬기장 딱 틔인 공간아래의 도시의 불빛이다. 아.. 헬기장에 도착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무쟈게 기뻤다. ㅎㅎ

합류했던 친구는 깔딱고개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쉬었다. 이 분은 서선생님과 스피드를 맞추다 오바페이스가 된 것 같다.  헬기장에서 서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다운하는 방법, 올라가는 방법, 그리고 여러 코스,
그리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왔다.

광교산 헬기장은 수원에서 산악자전거의 교장과도 같다. 멀리서 원정와서 연습하기도 한다. 상급 중급자의 코스라기도 한다. 사실 나에게 이 코스는 너무 벅찼다. 그래도 여러차례 도전 끝에 마침내 오르긴 했지만, 사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아마도 서선생님의 올라가는 동안 계속 독려하지 않았다면 오늘도 두어번 쉬었을지 모른다.

다음엔 혼자서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혼자서 스스로 독려해 가면서, 이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올라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