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3. 15:53

세모 속초라이딩 2_1일차(팔당역-양평-홍천-가람벨리,12/30)

팔당역에서 만나기로 한 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라이딩에서는 해가 보이는 동안만 운행하기로 했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기온이 너무 떨어져서 운행을 지속한다는 건 내 몸을 냉장고에다 갖다 맡기는 꼴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라이딩 기간의 평균 기온은 영하 10도.. 우리는 가능한 짧고 안전한 구간과 시간대를 계획하였다.

수원에서 팔당역까지는 무려 2시 10분 걸렸다.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온 시간이 5시 50분
4번 지하철을 바꿔타며 팔당역에 도착한 시간은 8시 10분경.. 그 동안 내내 서 왔다.
지하철내 자전거 반입(접이식은 제외)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물론 타는데 재제를 받은 적은 딱 한 번 뿐인데, 그것도 약간 주의 정도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맨 뒷칸을 이용하여 벽에 자전거를 붙이고 거기를 지지하고 선다. 그렇게 하면 자리가 나도 앉을 수가 없다. 멀쩡히 보이는 자리를 보고도 자전거를 지키고 서서 가야 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자전거가 전철를 이용하는 댓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고마운 일이니까...

종엽이 팔당역에 도착한 시간은 8시 45분경.. 신도림역에서 역무원이랑 실랑이를 벌이다 늦었다고 한다. 팔당역에서 친절한 역무원에게 인증샷을 부탁하고 출발한 시간이 9시.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늦었다. 오늘은 적어도 한계리까지는 가야 한다. 팔당역에서는 140km인데.. 늦었다.

우리는 빠른 6번 국도를 이용했다. 터널구간은 옛길로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출발하자 말자 업힐이 시작된다. 업힐을 지나 팔당1,2,3,4 터널 그리고 봉안터널을 포함 총 5개 1.8km를 지나야 했다.
터널안을 들어서면 긴장된다. 일단 갓길이 없다. 게다가 터널안에서 에코현상으로 울려되는 굉음이 거의 공포수준이다. 큰 트럭이라도 옆으로 지나치면 그 굉음으로 자전거가 휘청되는 것 같다.  만에 하나 자빠링을 했다치면 나를 완충해줄 공간이나 지물은 아무데도 없다. 차갑고 딱딱한 콩크리트 얼계들 뿐이다. 그런 공포와 상상이 나의 아드레날린을 촉진시켜 비정상적으로 페달질을 가해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10시를 지나 경기도는 예상했던 것보다는 라이딩하기 좋았다. 추위도 추위지만 바람이 없어 힘들지는 않았다. 양수리를 지나 양평 업힐구간 양평휴게소에서 첫 휴식을 취했다. 종엽은 잽싼 동작으로 페니어에서 행동식과 보온병과 컵 등을 꺼낸다. 놀랍게도 우린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종엽이가 준비한 덕이다.
종엽인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장비 준비도 철저했지만 사온 내용물도 만만치 않았다. 행동식에는 각종 초코렛바들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다 양갱, 큰 초코바, 그리고 영양바까지 따로 준비했다. 그리고 자전거 수리에 필요한 장비들, 옷가지류, 카메라 장비들.. 책 빼고는 다 들고온 것 같다. 책을 준비하라고 했더니 그럴 필요가 없단다. 사실 맞는 말이다. 난 책을 한권 가지고 갔는데 올 때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읽었을 뿐이다.
종엽이는 철저하게 연습하는 것 같았다.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운행하는 연습, 음식관리, 그리고 상황에 대처들..
나의 그의 꿈이 꼭 이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달콤한 휴식을 끝낸 뒤, 용문산 휴게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전반적으로 업힐구간이어서 인지 속도가 잘 나질 않는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계속 달려 나갔다. 발가락이 살짝 살짝 통증이 온다. 그래도 아직은 참을 만 하다. 용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쉰 뒤, 내달릴 걸 작정하고 밟고 나갔다.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선, 홍천휴게소 업힐 구간이 나타났다.  우리가 달린 구간 중 가장 길고 강한 업힐이었다. 이 구간은 마치 우리에게 흠 강원도 다닐려면 맛은 좀 봐놔야 하지 않겠어라고 경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강원도를 들어서서 갑자기 추워진 듯 하다. 홍천휴게소를 기점으로 일단 내리막이 형성되었다. 시간은 이미 2시 30분을 넘겼다. 우리가 온 거리는 50km정도 앞으로 한계리까진 90km, 인제까지는 70km는 더 가야했다. 서둘러야 한다. 그렇게 속도를 내고 달리는데 내 뒤바퀴가 덜덜 거린다. 잠시 멈추고 뒤를 보니 바퀴가 주저 앉았다. 펑크가 난 것이다.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예보대로 기온은 점점 내려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서 멈춰 섰다.

뒷바퀴를 떼어내어 튜브를 빼 바람을 넣어 확인해 보는데, 구멍난 데를 찾을 수가 없다. 벌써 30분째 이러고 있다. 손가락은 감각을 잃어가고 발도 부어 좁은 클릿화에 끼이기 시작한다. 종엽의 뛰어난 재치로 패니어 커버에 나의 물을 부어 고이게 하고 거기에 튜브를 이리저리 돌려 확인해 보았다. 아~~ 물이 부글거린다. 드디어 구멍난 곳을 찾았다. 뗌빵패치로 접착제를 발라 부치는데 기온이 떨어져서 인지 잘 붙질 않는다. 그렇게 다시 30분이 흐르고.
일단 대충 튜브를 구겨 넣고 홍천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3시 30분 즈음.. 해질시간까지는 2시간.. 우리는 미친듯이 내달렸다. 평속 30km/h가까운 속도로 가능한 멀리까지 갈려고 했다. 난 적어도 홍천은 벗어나고 싶었다. 왜냐면 전날 예전 직장 후배들과 송년회 자리에서 속초라이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한 후배녀석이 첫날 백담사까지 갈 거란 나의 계획에 대해 자기 생각에 홍천을 벗어나지 못할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했는데, 그 웃음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홍천읍 은행에서 필요한 현금을 찾고 우리는 계속 달렸다. 내 발은 부을대로 부어 아프다 못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온다. 손가락도 아프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가 없었다. 내일 일정을 생각하더라고 우리는 가능한 멀리 가야 했다. 홍천읍을 한 참을 지나, 인제가 가까워오는 이정표를 확인하면서 계속달렸다. 하지만 어둠이 몰려왔고 숙소를 찾기 위해서 휴게소에 들렀다. 너무 추워져서 더 달릴 수가 없었다 .

팜파스에서 따뜻한 핫초코 한잔으로 몸을 풀고 언 다리를 난로에 말리면서 직원분에게 숙소를 물어봤다. 근처 가람벨리라는 숙소를 소개 받았다. 우리는 가람으로 향했다.

가람벨리는 생각보다 컸고 이뻤다. 2,000평 부지에 연수원으로 4층짜리 건물과 고급형 펜션들이 있는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가입조건으로 해서 할인을 받아 4만원에 큰 온돌방 체크인했다. 시설은 좋지만 이것저것 기본 물품들이 없다. 저녁을 먹고 쉬다가 맥주와 필요한 필수품을 사러 프론트로 갔는데, 들어올때부터 친절한 메니저처럼 보이시는 분이 자기방으로 초댈한다.
들어가서 양주와 닭다리 얻어 먹었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갈땐 치즈케익까지.. 수원에 사시는 분인데 집에서 멀어서 내년까지 여기서 근무한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관심이 많으시다.  다음에 이곳에 오게되면 자기에게 연락하면 큰 혜택을 주실거라면서 명함도 주신다. 게다가 우리가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심지어 늦잠이 많으시다고 했는데, 아침 출발 할 때 프론트에서 아침햇살을 따뜻한 물에 데워 우리에게 한 병씩 주시면서 안전 라이딩을 기원해 주신다.

하루 종일 정말 많이 먹었다. 먹기 위해서 라이딩하는 것 같다. 자기전 종엽이가 이것 저것 빨고 온돌방 공간에다 빨래를 말린다. 난 산을 탈 때, 여름 아니고서는 옷을 빨아 본 적이 없다. 정말 종엽이가 부지런해 보였다. 정말이지 푸근한 휴식을 취했다.

이동거리: 98km
평속 : 19km/h
운행시간 : 5시간
기온 : 최고 -2/최저-8
경로:팔당역-양수리-양평-용문-홍천-가람벨리

패니어 화수분... 뭐든 무진장 나온다.

팔당역에서 출발하기 전...

양평 첫

종엽이 끓이고 준비해온 영양바. 정말 맛잇었다.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선 홍천휴게소를 업힐 중인

이 구간에서는 번갈아 가면 촬영했는데, 연기가 신통치 않다.

뒷 바퀴 펑크로 몸져 누운 행석.

문제의 뒷바퀴 이 펑크를 떼어느라 아까운 한 시간을 낭비.

종엽의 패니어 커버 위에 물을 고이게 하여 구멍난을 발견.. 그리고 뗌빵...

가리산 막국수집의 감자

옥수수 동동주.. 너무 맛남.

우리의 너저분한 짐과 옷가지들 정리전이라 좀 산만함..^^

가람벨리 전경. 요긴 팬션구역..

핫팩으로 무장한 발들..

핫팩 V

발바닥으로 V질 지랄..

가람벨리 허기범 상무님... 너무 친절하시고 잘 해주심. 꼭 놀러올땐 꼭 연락달라고 하심. ^^

허기범 상무님과 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