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라이딩'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1.03 세모 속초라이딩1_준비 2
2009. 1. 3. 14:07

세모 속초라이딩1_준비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지 4개여월 지난 8월말에 타기 시작해서 1,800km를 달렸다. 서울 부산간을 2번 왕복하고 대전즈음 내려갔을 거리다. 그 동안 100km 넘는 라이딩만 해도 4번.. 속도는 몰라도 장거리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 연말 특별한 계획이 없다. 에진간한 송년모임은 29일로 끝나고 나머진 내년으로 미뤘다. 힘들었던 2008년을 깨끗이 털어내고 2009년 의미있게 맞고 싶었다. 그래서 연말 연초 속초라이딩을 생각해 냈다.
12/13일 팔당라이딩때 진구와 세민에게 이 계획을 알렸는데, 반응이 없다. 가족이 있는 친구들이 연중 큰 행사에 며칠씩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종엽은 흔쾌히 받아 들였다. 다음날 엠에스엔으로 살짝 물어본 소심한 제의에 너무 적극적으로 응대주었다. 종엽은 팔당 라이딩에는 참석하질 못했었다.

종엽과 나는 일정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날짜 검토를 한 뒤 30,31,1일 라이딩하기로 했다. 물론 컨디션이 좋으면 2, 3일 이어 동해일주까지 해보자는 통 큰 계획도 세워보았다. 날씨만 받쳐 준다면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장기 겨울 라이딩의 우려사항은 겨울 장비 준비, 많은 짐에 대한 대처, 그리고 체력이었다. 물론 운행 일정과 숙박장소도 문제가 되긴 하지만 내가 예전 설악산을 자주 갔던 경험으로 비중을 크게 두진 않았다.

종엽은 속초라이딩을 위해 꽤 많은 투자를 했다.  겨울 라이딩 장비로 겨울용 복장을 이미 장만했고 거기다 곁들여 발가락 양말, 윈디스토터 장갑, 이너웨어 상의, 하의 등으로 추가로 마련했다. 이번 라이딩을 위해서 장기 여행을 감안해 짐을 싣는 받침대와 패니어(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양옆으로 주머니가 있는 가방, 예전 당나귀에 짐을 효과적으로 나르기 위해 고안된 가방)도 거금을 들여 장착했다.
종엽에 비해 난 너무 소극적이었다. 10년 전 산을 다닐 때 쓰던 장비를 재 활용하는데 촛점을 맞췄다. 상의로는 이너웨어, 파워스트레처, 보라돌이 방풍자켓 하의는 이너웨어, 기모 라이딩패드 바지.. 문제는 발가락과 손이였는데 내 발가락은 동상에 취약하다. 약한 추위에서도 자주 동상에 걸린다. 그래서 겨울용 클릿화를 살 것인지, 페달을 평페달로 바꿔 겨울 등산화를 신을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12/25일 아침 종엽과 난 속초라이딩 훈련을 위해서 고요한 성탄 아침부터 싸늘한 아침공기를 가르며 질주했다.
첫  계획은 미시령 고갯길을 대비해 남산 업힐을 훈련하자는 거였는데, 역풍이 너무 거세 수원으로 기수를 돌려 서장대와 광교산을 공략하기로 했다.
수원 서장대는 수원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일종의 전망대이다. 말이 수원성이지 팔달산을 끼고 뱅둘러 건조되어 서장대는 해발 128m정도 되는 자전거로 오르기엔  꽤나 높은 곳이다. 그곳의 업힐구간은 초중급 코스로 통한다. 길지는 않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우리는 거기를 소화하고 미시령 업힐에 대한 자신감을 다졌다. 하지만 너무 추웠다. 집으로가는 길은 영하 5도에 이르렀다. 추위에 대한 대비를 조금 더 해야 했다.

12월 28일즈음 우리가 운행할 날짜의 일기예보가 정확해 질 무렵 주위의 저항들이 거셌다. 틀릴 때가 많은 기상청이긴 하지만 대기가 비교적 안정적인 겨울에는 그래도 잘 맞히는데, 떠나기 전 날 29일은 눈 비가 오고 정확하게 떠나는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강원도가 영하 10도 권이란다. 최악의 상황이다.
28일 오이도 송년 라이딩에서 진구와 세민, 희성씨는 극구 말린다. 하지만 종엽의 의지는 대단했다. 출근하기도 싫어서 이기도 하지만, 꼭 가고 싶어 했다. 난 잠시 흔들렸지만, 종엽이와 함께 하기로 하고 의지를 다졌다.

29일 예보대로 점심을 지나서부터 옅은 비가 내린다. 이 날은 일정이 많다. 급작스런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서 아웃도어매장에 들려 발가락 양말 두켤레와 핫팩 6개, 이너웨어 상의 한벌, 이너웨어 장갑을 샀다. 겨울 클릿화를 포기하는 대신에 발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발가락 양말과 핫팩을 선택했다. 겨울 클릿화는 비싼데다가 사이즈가 커서 커버를 쓸 수가 없다. 거기다가 겨울에만 사용해야 하는 효용성의 문제도 고려됐다.
오는 길에 광교바이크에 들려 행석(혜선이에서 행석으로 이름을 개명; 첨엔 섹시하다고 생각되었는데, 다른 자전거에 밀려 남자이름으로 바꿈)을 점검했다. 이 놈이 요즘 뒷기어가 말썽이다. 기어 변경이 한번만에 되질 않는다.
28일 오이도 라이딩중 지하철 역앞 보도블록 30cm 턱 오르기 연습을 하다 세민이가 행석이를 몰다 된통 넘어지면서 속도계 받침이 깨져 나갔다. 친절한 두 사장님인 징가님과 안전님이 속도계를 끈으로 질끈 묶어 임시로 쓰게 하고 기어를 요모저모 봐 준다.  그리고 재차 뜯어 말린다. 그래도 간다고 하니, 체인 몇 점을 쥐어주면서 체력에 맞게 천천히 운행하고 미시령 내리막에서 특히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연락하라면서....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29일 마지막 송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눈까지 흩날린다. 짐을 싸고, 잘려고 본 시간은 새벽 2시 30분 내일 5시에 일어나야 한다. 8시 팔당역에서 종엽이와 만나기로 했다. 내일 출발이다.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맘을 편하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안양천 최상류 시작점에서.. 아주 추운 성탄절이었음.

서장대 업힐 후, 종엽이의 패니어를 아직 펼치지 않았다.

보라돌이 윈드자켓은 언제나 봐도 촌스러..

이날 종엽 최고 인기짱 한류스타... 중국에서 소녀 관광객에 둘러싸여 일일이 기념 촬영을 응해 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