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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4. 14:00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_20081211

광활한 호주 대평원에서 잭과 애쉴리가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장면_ 대평원이 멋있다. ^^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누나랑 아버지의 허락을 겨우 얻어 동네근처 극장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란 영화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가 소화하기엔 너무 어려웠고 길었다. 누나와 난 다 보지 못하고 나왔고 내가 다시 본 것은 대학시절이다. 그리고 그 때 즈음 Out of africa란 영화도 봤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대작들의 공통점은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급변기에 시대의 운명과 시련을 이겨내는 주인공들의 일대기를 그려낸다.  대부분은 여성들이고(남자들인 경우도 있다). 아마도 여성이 남성보단 시대의 질곡을 많이 안고 있어 원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대작의 구도와 궤를 같이 한다.
 
2차 세계대전 발발한 즈음, 영국의 귀족 애쉴리는 미개척지 호주에서 거대한 농장에서 소떼를 키우고 있는 남편을 찾아간다. 음모에 의해 죽은 남편을 대신하여 2,000여마리의 소떼를 농작 관리인과 원주민들과 함께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호주의 북부 다윈항구까지 수백마일을 여정하여 영국군의 군수물자로 넘기는데 성공한다.
애쉴리는 소몰이꾼인 잭과 사랑에 빠지게 되며, 자신을 도와 헌신했던 혼혈아 눌라를 양자로 입양하게 된다. 행복도 잠시, 차별적인 시대의 제도와 제국주의자들의 도발적 전쟁은 이들을 이별과 위기로 몰아 넣으나, 그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이를 극복해 간다...

영화는 그 전의 대작과 달리 영화 길이에 비해 빠른 전개가 이뤄진다. 적절한 영화적 기법과 약간 오버이다 싶은 위트들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전개시킨다. 어쩌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이다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특히 애쉴리와 잭이 만들어내는 사랑은 역동적이고 진한 동지애와 같은 강한 느낌을 준다.  가볍고 단말적인 현대의 사랑에 비해 무게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가는 장면에서는 영화전체가 주는 시대의 중압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따뜻함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그 사랑도 시대의 시련을 피해나갈 순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대작들에 비해 큰 여운은 남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시대를 다루었으나, 그 시대의 진정한 문제를 다루지 못했고, 그것을 표현하는 메시지도 영화 전체에서 강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착취자와 비착취지와 문제, 신분의 갈등, 인종의 갈등들은 착취자들끼리의 불평등 경쟁(애쉴리vs킹가니), 사랑으로 극복 가능한 신분 갈등(애쉴리&잭), 토착민의 주술(눌라&킹조지)로 해결한다.  아마도 너무 복잡하게 다가서지 않을려 했던 헐리우드의 속성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면 난 약간의 불쾌한 마음과 속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호주의 광활함을 잘 담았고, 서사적 로맨스가 아름다웠고,니콜 키드먼의 연기도 한층 물 오른 듯 했다. 이런 점이 시대를 다룬 극의 한계를 안아준다. 난 그렇게 받아들인 것 같다. 보고나서 호주와 광활함과 키드먼의 미소가 남아 있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