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1. 20:20

대부도, 시화호 라이딩_20081019

시화호 약 5km 지날 지점이었다. 그러니까 약 7Km를 남겨 놓고 세민이와 종엽이 나 이렇게 배틀이 시작되었다.
첫  배틀과 다르게 난 진지했다. 난 앞기어를 중단에 놓고 뒷기어를 저단에 놓고 시동을 걸었다. 안장앞으로 바싹 댕겨 앉고, 몸을 최대한 낮추고 엄청난 페달 회전수를 높이면서 급피치를 올렸다. 나의 속도계는 30, 35, 40km/h를 찍었다.  내 자전거는 윙윙 굉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세민을 제쳤다. 그리고 뒤를 볼 새도 없이 1~2분여간을 그렇게 달렸다. 이내 지쳤다. 그리고 제자리를 잡고 호흡을 돌리고 있었다. 난 세민을 많이 제친걸로 알았다.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볼려는 찰라, 세민이는 웃으면서 내 앞으로 쭈욱 나갔다. 헉!! 따라 낼 수가 없다.
일단, 그렇게 달렸다. 순간 급피치라 계속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리고 천천히 30km/h 정도로 세민을 쫒아갔다.
세민이도 지쳤는지 속도가 줄면서 간격이 줄었다. 세민이는 내 앞 20m 정도 앞에 있다. 이젠 반 정도 온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속력을 냈다. 세민을 따라 잡았다.. 하지만 곧 따라잡혔다. 그리고 이젠 종엽이도 내옆에 있다.

이번엔 질 수 없었다. 난 로드에 알맞지 않은 MTB이지만, 그래도 27단에 클립페달까지 달았다. 나름 동우회에서 곁눈질로 배운 스킬과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다. 세민이 자전거는 7단이다. 그저 접을 수 있는 출퇴근용 자전거다. 그리고 종엽이는 미니벨로다. 성능이 좋고 빠르긴 하나, 전문성이 없는 자전거다. 난 지면 안되었다. 동우회 먹칠이다. 이것이 알려지면 난 제명과 동시에 영구퇴출 당할 수도 있다.

마지막, 3km 정도가 남은 것 같다. 세민이랑은 30m 정도 떨어진 것 같고, 종엽이는 살짝 내 뒤로 밀린 것 같다.
내가 세민이에게 이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순간 가속도로 잡는 방법이다. 마지막 결승지점에서 순간 가속을 올려 역전을 하는 것이다. 세민이는 그런 스킬이 없다. 그럴려면 결승점 300m 지점에서 5m내로 따라 잡고 순간 가속을 올려 역전을 시키는 거다. 이것이 나의 유일한 반전의 방법이었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힘을 아껴가며 세민이와 간격을 좁혀 나갔다. 반대쪽 육지가 보인다. 얼마나 남았을까? 그리고 세민이와 간격을 점점 좁혀 나갔다. 약 500m 남은 것 같다. 그런데 세민이랑은 20m 정도 간격이 남은 것 같다. 판단이 안 섰다.  하지만 속도를 내야 했다.

다시 안장을 땡겨 앉고 저단에 맞추고 페달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리면서 점점 고단으로 올려갔다. 스피드는 점점 올라갔다. 35km/h 속도 즈음에 세민이를 거의 따라 잡았다. 그런데 아뿔사 거리가 아직도 300m는 더 남은 것 같다. 세민도 마지막 스퍼트에 들어갔다. 아~~~ 더 따라 잡을 남을 힘이 없다. 승부 지점이 너무 빨랐다.  그렇게 세민이는 결승점을 유유히 통과했다.

세민이가 배틀을 이겼다. 그 놈 자전거는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9단짜리다. 장점은 접을 수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난 졌다. 난 스피드를 올리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그 놈은 그저 최고단에 놓고 힘차게 페달을 돌릴 뿐이다. 그리고도 몇 km를 계속 달린다.  자전거의 기계적 장점도, 나의 어릿한 스킬도, 그리고 나름의 전략도 그 놈의 힘앞에는 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세민이를 짐승으로 등극시켰다. 짐승.... 난 하나 위안 된 것이 있다면 사람과 배틀을 한 게 아니었다는 게다.


오늘은 안개가 짙었다. 라이딩 전체가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아침 9시 즈음에 자전거로 과천에서 달려온 세민이랑 약속장소인 상록수역에서 먼저 만났다. 이내 진구랑 종엽이가 합류했다. 그리고 곧 대부도로 향해 내달렸다. 내가 선두를 서고 24km/h 정도 속도로 나갔다. 다들 잘 따라 온다.
시화호 입구 오이도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이젠 샤방모임이 아니다. 진구는 자전거의 핸드캡이 있음에도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다.

시화호 바닷쪽을 보면서 달렸다. 장애가 많았다. 낚시하러 온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 넓은 시화호 아래는 낚시인들도 빈자리가 없어 보인다. 시화호 바닷쪽을 달리다가 2/3 지점 즈음에서 담수쪽으로 옮겨 달렸다. 그런데, 저 아래 도로가 보인다. 일반 도로려니 생각하고 그냥 자전거길 따라 갈려는데 종엽이가 내려가쟎다. 다 자전거를 들고 내려갔는데, 거긴 우리만의 도로였다. 2차선 산업도로 처럼 보였는데, 공사중인지 차들이 없다. 사람들도 없다.
네명의 사람과 네 개의 자전거가 그 차도를 누비고 갔다. 담수쪽 위론 희뿌연 안개너머 태양이 희미하게 보인다.
돌아 올때도 이 길로 왔다.  물고기들이 수면을 치고 쏟구친다. 숭어인 것 같다. 어찌나 힘이 세보이든지. 펄펄 날아다닌다. 우리만의 공간이었다.

대부도를 들어서자 말자 칼국수집이 쭈욱 늘어 서 있다. 지난 번 동우회 라이딩때 그 중 한 집에서 먹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나름 피곤했는지 배가 고팠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거기가 아니었다. 우리의 반환지점이자 점심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대부도에서 제부도 방향으로 한 참을 더갔다. 이 코스는 구릉지대로 업힐지점이 많다. 그렇게 일행은 헉헉 거리며 가다가 마침내 우리의 목적지에 다다랐다. 짐을 풀고 자리를 잡고 칼국수와 파전을 시켰다. 가격이 비싸긴 했다. 칼국수 3개와 파전 그리고 동동주..
먼저 파전이 나왔는데, 여느 파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지락이 조금 많다고 느껴지는 정도.. 하지만 동동주랑 기막히게 맛있었다. 그래도 요건 시장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지락 칼국수.... 아악. 너무 맛있었다.
왜 진구가 여기까지 굳이 목표 구간으로 정했는지 이해도 갔을 뿐만 아니라 무쟈게 사랑스러웠다. 아 아~~
내가 먹은 칼국수중에 두손가락에 든다.  이 집은 깐 바지락을 쓰는데, 먼저 바지락으로 국물을 우려내고 칼국수와 깐 바지락을 넣는 방식이다. 국물이 진하고 담백하며 느낌이 무쟈게 맑게 느껴진다. 바지락이 너무 많다.

점심을 끝내고 우리만의 질주로를 지나 시화호를 지나 잠시 쉬고 마지막 목적지를 향했다. 안산 호수 공원이었는데 진구가 앞장을 섰다. 진구가 선두를 섰으니 적어도 빡세지는 않을 기대를 살짝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니다. 이미 배틀로 지칠대로 지쳤는데 스피드가 아까와 다름없다. 그렇게 호수공원을 찾아 다녔다. 진구 이야기로는 호수공원을 목표로 죽자사자 달렸다는 거다. 정말 대단한 진구다. 페달질이 쉴때를 못 봤다. 그리고 뒷풀이가 가서는 한동안 먹지도 이야기하지도 못했다. 너무 지쳐서.. ^^

호수공원은 아담하고 아늑하고 평화롭고 이뻤다. 가족단위들의 사람들이 나와 평온하게 놀고 있다. 산적같이 땀에 쩔어 그곳엘 갔는데, 눈빛들이 좀 그렇다. ^^ 한 번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정지 뒷풀이 장소를 향해 갔다. 그리고 거기서 닭을 실컷 먹었다. 그래도 남았다. 맥주 한 잔... 그리고 이야기.. 앞으로 갈 곳들... 잼났다.

울 샤방모임은 갈수록 실력들이 늘고 있는 걸 새삼 느꼈다. 이젠 스피드면에서 샤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좋은 곳 나오면 퍼질고 앉아 놀고, 사진찍고, 수다 떨고... 더 없이 좋다. 담 주는 행주산성 국수집이라는 데 너무 기대된다. ㅎㅎ.


운행요약

총거리 92.8km
평속 23.6km/최고속 40.6km
총 운행시간 : 5시간 30분
경유지역 :  수원-상록수역-시화호-대부도-시화호-호수공원-한대역




만남의 장소.. 세민이는 과천에서 난 수원에서 자전거로 왔다.



마치 잠이 덜 깬 듯한 세민.

약간 멍청해 보이는 나.

오이도 공원에서 휴식하면서 한 컷. 글고 보니 4명이서 찍은 사진이

진구의 눈을 괴롭히는 인자들이 없어서 인지 진구 눈이 유난히 맑다. ^^

우리를 죽음의 지경으로 몰아 넣은 환상의 칼국수. 진구 정말 고마워. 이런 데서 먹게 되다니~~

푸짐하고 맛난

생애 첨으로 먹어본 홍삼드링크.. 지난 주 일찍 오지 않았더라면 진구를 상당히 난처하게 했을지도. ^^

우리만의 길.. 희뿌연 안개 아무도 없는 곳.. 우리만의 공간이었어.

1차 배틀 승리를 다짐하는 나 하지만 늘 결과적으론 지랄..

조금 더 땡겨서..

나에게 특이한 버릇이 있음. 이쁜 데만 나오면 혜선이 세우고 휴대폰 사진질..

지고 지랄.

이거 아주 중요한 자료임. 시화호의 오염과 관련 증거자료 1

진구의 멋진 라이딩

담수를 바라보며 라이딩. 아~~ 너무 좋았음.

종엽이 너무 잘 찍는데...

세민의 폭발적인 라이딩 모습. 저 다리를 봐. 어캐 우리가 감히 세민이와 배틀을...

^^

종엽이의 멋진 라이딩

종엽이는 너무 멋있어. ^^

어떤 궁디가 젤루 멋있을까?

흠.. 내건 나도 첨보네..

이게 그 문제의 보드패드 궁디..^^

호수공원에서 ....

진구와 종엽이... 너무 다정해 보이는데 ^^

호수공원 너무 아늑해

집으로 가는 길 전철에서. 앞에 불안한 자전거 4대를 감시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