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2. 20:10

서양골동양과자점_앤티크_압구정_20081122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4명의 앤티크 남자들.

난 동성애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동성애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 그건 사람을 사랑하는 여러 표현 중 하나이며, 그것이 서로간의 합의되고 존중된 것이라면 그 자체로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개봉되기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광고를 여러번 접했다. 마치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느낌, 섬세하게 기호화된 미각, 그리고 세련되게 데코레이트 된 소품과 인테리어 그리고 멋진 배우들... 그냥 느낌에 영화의 주고객층인 20대 여성을 겨냥한 기획성 영화 정도로 여겼다. 사실 그런 의도가 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는 걸 어느정도 느껴지지만...

이 영화가 던진 화두는 우리의 삶이란 늘 상처와 아픔을 겪게 되지만,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치유하고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극중 주인공 진혁은 어릴때 유괴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유괴된 동안의 기억을 잊기 위해 스스로 기억의 문을 닫고 살아가지만, 과거의 흔적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작고 맛있는 케익 가게를 연다.유괴범이 케익을 유달리 좋아했던 걸 기억하고 있서이다. 그 가게로 자신을 사랑하다 상처를 입은 고등학교 동창 민선이 파티쉐로 온다. 촉망받는 권투선수에서 중국집 배달원으로 살아가는 기범과 진혁을 도련님으로 모시는 수영도 온다. 이들은 다들 아픔을 갖고 있으며, 서로간에 실타래 처럼  얽힌 사랑을 한다. 진혁은 유괴범과 조우하지만, 맛있는 케익으로 그의 행복함을 빌어준다. 그리고 그의 상처를 받아 들인다.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아픔, 상처... 그리고 그것의 모티브들도 무겁다. 유괴, 동성애... 하지만 영화는 재치있다 못해 발랄함을 준다. 영화의 전개는 빠르다. 조연들은 일본 영화에서처럼 오버를 서슴치 않는다. 뮤지컬과 만화를 섞은 듯한 전개씬들은 신선하다. 그러나 영화는 아픔과 상처에 대해서는 진지하다.

이 영화에서 내가 느낀 것은 상처와 아픔은 그 자체로 치유될 수 없다는 거다. 그것은 단지 위로 받는 것이며, 치유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케익이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없지만, 그 달콤함으로 잠시동안 아픔을 위로할 수 있듯이.. 그것으로 기운을 얻고 아픔을 너머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 메세지를 건네 주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위로 받고 싶을 때, 맛있는 케익을 먹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