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5. 16:56

친구들과 가을여행_양평_20081003~04

이 친구들과는 벌써 20년도 넘었다. 나의 가치관이 형성되던 시기.. 그리고 세상을 알아가던 시기.. 세상의 시련을 겪던 시기... 그들은 늘 내 곁에 있었던 친구들이다.  한 때는 친구의 소중함을 모를 때가 있었다. 내가 나의 것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칠 때, 친구들은 그저 편한 나의 편이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어려웠을 때, 내가 찾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잘못을 했는데 주저없이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다. 난 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오래간만에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간만에..

내가 세상의 문을 닫고, 그 누구와도 연락을 끊고 조용히 내 존재를 없애고 싶었을 때, 가끔 이 친구들이 생각났다. 흠 뭐랄까? 아주 평온하고 잔잔한 미소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일어설려고 했을 때, 나를 받아 줬다. 두서없는 말도 받아줬고, 엉엉 울어댈때도 받아주었다. 그냥 이 친구들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도 난 행복했다.

한 달 전, 나로 비롯된 작은 헤프닝으로 우리는 1박 2일 여행을 계획했다. 끊어졌던 성율이하고도 연락을 잇고, 메일도 주고 받으며 즐거운 여행을 상상하며 준비를 했다.

여행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의 희생이나 노력으로 10월 3/4일 황금연휴의 일정을 뺏다. 이미 애기들 2~3씩 둔 가장들이라  집안에서 동의가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장소도 우여곡절 끝에 대명양평콘도로 잡았다. 정말 잘 정한 것 같다. 가는 시간만도 5시간 30분이 걸렸으니, 불과 집결지에서 80Km내외의 거리였는데도, 만약 예정대로 속초에 잡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살짝 소름이 돋는다. ^^ 그래도 성율이 빠진 것이 아쉽다. 담엔 꼭 같이 가아지.

10월 3일 금욜, 일찍 일어났다. 옷가지도 챙기고, 운동도 하면서 시간이 되어 연욱이를 데리러 분당엘 가서 픽업해서 형근이 집엘 갔다. 형근이도 전날 무리를 해서 상태가 엉망이다. 그래도 놀겠다고 나온다. ㅎㅎ..
한편 부산에서 교수질을 하고 있는 광석이는 부산서 4시까지 일을 하다 아침 KTX를 타고 왔고, 영진이는 이 친구를 픽업해 하남쪽에서 출발했다. 규진이는 마붕리연구소에서 일이 있다고 출근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늦게 오후 1시를 넘어 출발했다.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빨랐다.
연욱이와 난 형근이를 차를 타고 올림픽대로로 해서 양평으로 나섰다. 예상대로 무쟈게 막혔다. 그래도 이것저것 이야기 해 가며 잼 나게 갔다. 원래 이번 여행의 유일한 프로그램은 양평 근처의 용문사 등산 이었는데, 다들 등산복에 등산신발을 준비해 왔는데, 차가 막히는 바람에 이 준비는 다 허사가 되었다.
콘도에 도착해 보니, 이미 영진이 광석이.. 2시 출발해 이미 도착한 규진이는 자고 있었다. 거의 찜질방 내  취침방 수준이다. 애들을 깨워 아쉬운 데로 콘도 옆에 있는 계곡으로 가 물수제비를 놀이를 했다. 첨엔 어색하다가 형근이 규진이 광석이 규진이가 수준급이상으로 잘 한다. 흠, 사실을 정산에 빼 준다고 해서 돈독들이 오른 눈치들이다.

그리고, 놀게 없나 찾다가 족구를 했다. 흠, 얘들이 40대 맞나 싶다. 잘 한다. 첫번째 3만원을 걸고 한판을 졌다. 그리고 둘째판은 분위기가 다르다.  연욱이, 형근이 나를 편 먹고, 규진이, 영진이 광석이가 한 편을 먹었다.
분위기가 치열하다. 형근이는 전문복장으로 갈아 입고, 연욱이 혼 힘을 쏟아 붓는다. 세트 스쿼어 1:1 승기는 우리팀으로 돌아 온 것 같았는데, 영진의 갑작스런 폭팔적인 서브로 결국 우리팀이 또 졌다. 아~~ 6만원이 날라가는 순간이다. 사실 우리팀의 구멍은 나였다. 난 맹세코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쩌랴~~~

사우나를 갔다가 저녁을 먹기로 하고 야외로 나가 야외 그릴을 잡았다. 늦게 가서 대기를 하고 그 사이 영진이랑, 연욱, 광석은 양평시내로 고기랑 야채, 기타 필요한 것들 사기 위해 나갔다.  애들이 오는 동안 자리를 잡았고, 불타는 그릴 위에서 쏘시지랑 삼겹이랑 맛나게 구워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술도 거나하게 들어가고... ㅎㅎ 애들의 뛰어난 유머들이 쏟아져 나온다. 옛날 이야기들... 행복했다.

10시가 넘어 방에 들어가서 영진이가 사 온 21로얄 살루트 맛을 보았다. 애들 주중에 다들 지쳐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맛나게 먹었다. 테이블을 베란다로 옮겨 베란다 바깥쪽을 향해 술을 먹었다. 오호 요것도 괜찮은 시도 같다.
그리고 2시 즈음에 하나둘씩 쓰러져 잤다. ....

아침에 규진이는 출근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같이 일어나 라면도 끓여 먹고, 커피도 한잔하고 형근이도 같이 깨서 같이 먹었다. 규진이는 그렇게 출근하고, 나머지 애들을 깨워 1층에 내려가서 아침 부페 먹고, 애들 말로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조식이라고 했는데, 난 그 때 PC방에서 놀았다. 정말 다행이다.

영진이는 먼저가고, 광석, 연욱, 나는 형근이 차로 양평 수종사란 곳에 들렀다.  꽤나 높은 곳에 있는데, 사찰이 자그마하면서 이쁘다. 옆에 큰 은행나무는 세조가 사찰을 지을때 헌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200년은 족히 되어 보인다.

그리고 내려와서 두부집에 들려 두부랑 삶은 돼지고기랑 두부정식이랑 맛나게 먹었다. 여행의 마무리가 깔끔했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2시 즈음에 형근집에서 헤어졌다.
그렇게 내 친구들은 급하게 전화를 해 대면서 가정과 일로 그리고 늘 반복되는 일상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우리는 망년회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다 바쁘기 때문이겠지만, 내년 초 한가할 무렵 다시 모이기로 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잠시 행복한 상상도 해보고 그러다가 현실 속에 부딪히는 벽을 이야기 하면서 한 숨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보면 좋을 것이다. 거기가 어디가 됐든, 그리고 언제가 됐든 말이다. 그리고 가끔씩 연락도 할 테고, 이젠 울 일이 있으면, 아님 적어도 속상한 일이 있더라고 쉽게 연락할 것이다. 그런 믿음을 확인했으니, 난 그저 이 여행이 좋았다. 솔직했고, 다정했고, 챙겨줬고, 그리고 서로를 잘 이해해 줬으니...

10월 가을의 길목 양평 여행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 내 친구도 그러할 거라 여겨진다... ^^



양평콘도 가는 길 예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한 껏 웃는 형근.

예당의 호박밥... 언제나 먹어도 맛있다. 다들 홀딱 빠졌다. 특히 연욱이는 싹싹 거둬 먹었다. ^^

그리고 아우수제비... 먹을만 했다.

영진이가 가져온 로얄살루트 21년산... 첨 먹어봤는데, 거의 죽음이다.

물수제비를 위해 좋은 돌맹이를 고르는 연욱. 실력이 젤 좋다고 할수는 없으나 최선을 다했음.

영진이는 늘 웃는다. 별로 잼 없어 했는데, 그래도 웃고 있다. 아주 뛰어난 재주다.

양평대명콘도에서 한창 국화 축제중이다. 뒤뜰에 꾸며논 국화들.

족구가 빡셌다. 영진이가 담배를 뻑뻑 펴 댄다. ^^ 얜 의산데 도대체 건강을 안 챙긴다.

공을 주우러 가는 연욱, 언제나 활기차다. 너무 열심해서 그런지 그날 무쟈게 일찍 잤다.

규진의 허드러진 웃음. 얘는 12시면 자는 아주 시계같은 친구였는데, 오늘 젤루 많이 버텼다. 세월이란...

형근, 이젠 전투모드다.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족구에 임한다. 하지만 졌다. 사실은 내 때문인데.. 미안 형근.

족구를 마치고.. 거의 땀범벅이다. 이건 군대시절 거의 전투족구에 맞먹었다. 영진이는 그래도 담배를 찾고 있다. 쟤 의산데...

나도 엉망이다. 땀봐라.. 다 젖었다. 젠장. 낼 또 입어야 하는데..그래도 보기들은 좋네.^^

셀프가든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형근이는 이야기꾼이다. 잘 이끌어 내고 잘 들어준다. 이 놈의 이지적 모습이 매력적이다.

다들 진지하다. 규진이도 그렇고.

이 쏘세지 대박이었다. 그냥 저녁에 구워 먹을려고 산 건데. 이날의 효자동이.^^

광석이는 일꾼이다. 광석이가 없으면 우리는 어디를 다닐 수가 없다. 그래도 그 장작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 광석아.

불 앞에 형근이 모습이 꽤 멋진데.

20대 컨셉이다. 그래도 연욱이가 젤루 잘 어울린다.

20대 컨셉. 글쎄 내 보기에는 지랄발광 수준인데..쩝.

광석이의 므흣한 미소. 천진난만하다. 변한게 없어 광석. ^^

영진이는 어릴 땐 씨름, 대학때는 테니스로 몸매를 다져왔는데, 요즘 조금 무너졌다. 그래도 웃음은 한 없이 맑다. ^^

웃을 때는 한 미소들 한다. 형근이의 애기같은 미소.

단체 사진 1.. 굳어 있다.

단체사진 2, 마구 친한척을 하고 있다. 이 사진 오랫동안 간직해야지. ^^

멋진 광석.. 내가 광석이에게 사진 평가를 받다가 그래도 잘 찍었다고 칭찬 받은 장면.. ^^

발코니 밖으로 테이블을 꺼집어 내 거기서 술을 마셨다. 의외로 좋았다. ^^

아침 양평콘도 물 안개가 걷히기 전..

아침 부시시한 영진. 언제봐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북한강의 전경. 안개가 껴서 많이 뿌였다. 그래도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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