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8. 06:55

필샵(Philshop)_ 한국 로드의 산실

작년(2008년) 한국의 자전거 시장은 2,000억 규모였다고 한다. 삼천리를 포함한 생활차 시장이 1,200억원 정도 그리고 MTB, 싸이클, 미니벨로, 고급형 씨티 바이크 등 고가 레저형 자전거 시장이 8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건 자전거와 관련한 시장규모이고 용품까지 치자면 그 규모를 넘어 설 것이다. 그렇지만 2,500억 이상은 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규모로서는 산업이라고 불리기엔 작은 규모다.

레저형 자전거 시장을 다시 세분해 보면 전체 MTB가 대부분인 600억 정도가 되고 미니벨로가 50억, 씨티바이크가 30억, 그리고 싸이클 시장이 120억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MTB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은 자전거 선진국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2008년 기준 16% 정도, 그것도 재작년 작년 자전거 붐에 힘입어 늘어난 수치다. 선진국의 40%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수치이다. 자전거의 교통 분담유은 고작 5% 정도 선진국의 30%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수치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수치는 MTB대 싸이클의 비율인데
거의 10대 1일의 수준이다. 우리나라 레저형 자전거 중에 10대 중 9대가 MTB이고 1대만이 싸이클 정도이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나가보면 실제로 대부분의 도로를 메운 자전거는 MTB이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되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왜 MTB가 자전거 도로를 메우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해외의 경우 비율은 6:4 정도로 싸이클이 높다. 왜 우리나라만 유독 MTB 비율이 높을까라는 의구심이 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MTB는 산에서도 자전거의 스릴을 즐길수 있도록 고안된 자전거이다. 거친 길에도 무리없이 달릴 수 있도록 튼튼한 프레임과 충격을 완충해 줄 수 있는 서스펜스 기능이 보강되고 왠만한 지면에서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튼튼한 타이어와 튼튼한 훨셋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로 치자면 아웃도어형 짚에 가까운 것이다. 즉 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그 용도에 맞지 않다. 레저용 아웃도어를 차를 on road에서 달리는 것과 같다. 스릴을 만끽하는 대신에 스피드를 포기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MTB의 역사는 길어야 20여년 정도이다. 미국에서 산악에서 즐기는 자전거 동우회 및 시합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발된 형태이다. 지금은 역사에 비해 많은 발전을 했고 전세계적인 트랜드를 타면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보급되었다. 하지만 그건 용도이상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도로 현실은 그야마로 최악이다. 도로 보급률은 선진국 이상이지만 도로는 차를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법 및 도로교통의 문화는 더 최악이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이단아 또는 목숨을 내 걸고 다니는 겉멋든 얼치기 정도로 치부되었다.  거기에다가 싸이클은 얇은 바퀴로 펑크가 잘 나고 자체가 가볍고 얇아 쉽게 부러지는 걸로 인식되었다. 이 잘못된 인식이 초기 싸이클과 MTB 보급 당시에 지금의 구성비의 왜곡 현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싸이클 시장은 동우회 중심의 몇몇 매니아들 사이에서 그 맥이 이어져 왔고, 영세한 수입사 중심으로 유럽형 자전거를 소개하는 수준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싸이클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명맥이 유지되어 가고 있다. 

싸이클의 명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샵중에 필샵(philshop)이 첫 손에 꼽힌다. 아마도 한국에서 싸이클의 역사를 정리한다면 필샵은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척박했던(지금도 척박하지만) 로드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시기 조상필 사장님과  미캐닉의 마석총각님이 중곡동 한 허름한 민가에 2004년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길가에 위치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생활집에 간판도 없이 동우회 대상으로 운영하였다고 한다. 경험이 쌓이고 실력을 인정 받으면서 현재 위치한 필샵의 위치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의 위치도 자전거 가게라고 보기에는 입지나 장소가 그리 훌륭한 편은 되지 못한다. 

샵에 들어가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단 자전거가 별루 없다는 것이다.  벽면에는 다른 가게에서 볼 수 없는 자전거 부품들이 잔뜩 걸려 있고 바닥에는 조립 중인 자전거와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보면 자전거가 몇 대 보이는데 깨끗하지도 깔끔하게 도열되지 있지 않다. 하지만 자전거들은 최소한 1200만원 이상인 최상의 브랜드들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신경 써서 보면 흔히 보이는 MTB는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사장님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반갑게 맞이해 주시지만 그건 운이 좋을 때이다. 다른 손님이 와 있거나 온라인 주문이 있다면 대면에서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 거기다 미캐닉은 말 붙이기 힘들만큼 바쁘다. 바쁠 때 미캐닉이 움직이는 동선에 의자로 살짝 나와있다 치면 손님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우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까칠하지만 친해 진다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다. 무엇보다도 필샵의 미캐닉의 실력은 한국에서 첫번째 두번한 째 손가락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필샵에서는 다양한 로드의 자전거 부품들을 볼 수 있다.  큰 수입상에서도 취급하지 않은 소모품 부품, 고급 로드 차에서 쓰이는 없어서는 안되지만 돈이 되지 않은 부품들을 구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해외의 유명한 자전거들을 볼 수 있다. 파소니(Passoni), 스페조또(Spezzotto)등 이태리 브랜드들을 직접 수입하여 공급하기도 하며, 선수용 훨셋(바퀴) 및 타이어를 공급하는 Tupo라는 브랜드를 직접 수입한다. 그외에 다양한 부품들을 해외 각처로부터 직접 수입하여 공급하고 있다. 

매장의 운영(판매, 수리, 조립)과 해외 브랜드 발굴 및 수입업무, 클럽 및 팀운영 그리고 등.. 상상할수 없는 많은 일들을 단 3명이서 하고 있다. 게다가 조상필 사장님과 미캐닉은 자전거와 용품들을 구매해서 직접 사용해 보고 좋은 것들만 골라 판매한다. 그래서 인지, 필샵은 다른 전시용 자전거는 없다. 그래서 가게안은 깨끗한 자전거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자전거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느낌이 든다. 

필샵은 현재의 건물에서 조금 큰 데로 옮길 계획이다. 언제 일지 모르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조사장님과 미캐닉 필샵을 사랑하는 고객들의 자전거 사랑 마음을 옮겨지지 않을 듯 하다. 정말이지 필샵은 한국 로드 자전거의 산실이라고 불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중곡동에 위치한 필샵, 전혀 자전거 가게의 분위기가 아니다.

조상필 사장님의 애마 파소니의 네로.. 가격이 2,500만대이다.

날렵한 스페조또(Spezzotto) 필샵이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이태리의 명품 자전거다.

스페조또의 TT(time trial)차 날렵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내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평롤러다. 한 시간만 타면 거의 땀을 한 바가지 흘린다고 한다.

Gitane이라는 프랑스산 로드 차이다.

Bianchi 928 T-cube인데 정말 갖고 싶은 자전거 중에 하나다.

뽀대 극강 'Time' 미캐님분의 애마 두대중 하나. 정말 구하기 힘든 자전거 중에 하나다.

자그마한 부품들이지만 희귀종들이 대부분이다.

재고 세일처럼 보이는 자전거복들은 대단한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