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4. 00:46

한강 라이딩_메리다의 반전_20080131

오늘 라이딩은 출발부터 마음 가짐이 달랐다. 겨우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
페이스 이터라는 핀잔은 정말 듣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서 도로를 끼고 탄천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죽을 힘을 다해 밟았다. 그렇게 시작하지 않으면 오늘 라이딩 내내 끌려 다닐 것 같았다.

첫 휴식구간 9km 정도까지 거의 평속 26km/h를 밟은 것 같다. 결국엔 로드 라이더 진구과 세민에게 선두를 내주었지만 뒤처지 않을만큼 따라갔다. 첫 휴식에서 폐가 아팠다. 갑작스런 운동으로 폐가 놀랐나 보다. 다시 라이딩은 시작되고 나는 앞지르지는 않았지만 뒤쳐지지 않게 쫓아 갔다. 23km/h 이하로 내려가진 않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처음부터 페이스가 빨랐다.

압구정 근처 휴게소에 점심을 간단히 먹고 행석(KHS alite1200)를 가지고 보도 블럭 오르기 놀이를 했다. 진구는 MTB의 스킬에서 상당한 소질을 보인다. 몇 번의 연습없이도 30cm 블록을 쉽게 올라간다. 난이도를 높여 한강 쉼터 가운데에 폭이 좁고 높은 화단을 올라갔다고 내려오길 했다. 이것도 쉽게 소화를 해 낸다. 나도 연습을 좀 하고 이내 따라했다. 흠, 상당히 잼난다. 다음엔 호핑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쉽진 않겠지만..

점심을 먹고 난 후, 난 별 생각없이 세민에게 자전거를 바꿔 탈 것을 제안했다. 세민이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사실, 지금껏 우리는 자전거를 바꿔 타본적이 없었다.  자전거의 성격을 이해하고 서로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기 위해서라도 진작해 봤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로드는 산악자전거와는 손잡이부터 다르다. 속도를 내기 위한 최적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무게도 가볍고 바퀴도 얇다. 최소 저항과 최소 마찰로 디자인되어 있다. 일단, 브레이크와 기어를 간단히 익힌 다음에 자전거 도로로 나섰다. 그리고 밟기 시작했다. 어라~~ 스피드가 장난 아니다.

몇 번의 제동 연습과 기어 변속이 익혀졌다고 느껴지는 순간 난 과감하게 패달을 돌렸다. 평소 익혔던 빠른 페달링으로 스피드를 높이고 거침없이 주행해 나갔다. 속도계는 35km/h이상을 계속 찍고 있었다. 앞에 있던 MTB 자전거들이 나 뒤로 물러 선다.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을거라 아예 포기했던 먼 거리의 자전거도 쉽게 나의 뒤로 처진다. 거의 광속이다.

일단, 멈추어 서서 일행을 기다린 후, 여의도까지 배틀을 벌였다.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난 줄곧 달렸고 그 스피드를 온 몸을 느끼며 독주했다. 아~~ 이래서 로드를 타는구나.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의 모습은 내 자전거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의도에서 일행을 한 참을 기다려서야 만나고 세민이가 승부를 인정한 순간 난 자전거의 지진아 굴레를 벗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세민이 자전거는 메리다 입문형이다. 전문가로 가는 최소사양이지만 결코 나쁘지 않다. 무게는 9kg 정도에 구동계는 시마노의 소라급을 쓴다.  일반적으로 많이 한국 라이더 사이에 많이 보급되어진 사양이다.
그에 비해 내 자전거는 MTB치고는 13.5kg으로 무겁고 사양이 떨어진다. 거기다 라이더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KHS 제품이다. 이 회사 미니벨로로 유명하다. 이런 객관적 차이가 있음에도 실제 주행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차이를 명백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스피드가 무려 10km/나 빨라진 것이다.

따뜻한 1월 마지막 날에 한강에는 많은 라이더들이 나왔다. 한강에 나온 이유는 자전거의 트렌드를 보기 위해서이다.  관점이 달라지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달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이다.
자전거의 브랜드는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것 같다. 물론, 자주 보이는 브랜드들이 있다. 트렉, 스캇, 메리다.. 그리고 더 흔한 엘파마, 삼천리등.. 하지만 고가형 자전거도 보인다. 그 주인장들은 적토마를 탄 듯 빠르기도 하다.
올해는 어떤 것이 대세일까? 유럽형의 로드가 그 진가를 한국시장에도 알려낼까? 어려운 경제 환경으로 생활형 자전거가 새로운 길들을 메울까? 궁금하고 긴장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