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2. 20:35

Mamamia_북수원_20081009

도나가 사랑을 고백하러 온 샘에게 Winner takes it all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 영화의 백미 ^^


맘마미아는 이미 뮤지컬로 이미 널리 알려진 영화이다. 워낙 대중적인 내용이라  영화로 상영되었을 때 크게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니었다. 특히,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 질 경우, 원작의 감동이나 재미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마도 내 머리속엔 이런 선입견들로 이 영화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지 못하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결혼식을 앞둔 도나의 딸 소피가 결혼식장에서 함께 입장할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어머니의 옛날 일기장을 뒤져, 그 시기에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3명의 남자를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뮤지컬 구성처럼 밝고 재미있다. 이태리의 작은 섬에서 낡고 작은 호텔을 경영하는 도나는
삶에 지쳐 있다. 오래전 사랑했던 연인들과 헤어지고 딸을 키우면서 힘든 생활을 해 왔다. 그러던 중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친구들이 찾아오고 그리고 소피가 비밀리에 초대한 3명의 연인들도 오게 된다. 그러면서 도나는 잊었던 감정이 되살아 난다. 아픔, 슬픔, 그리고 설레임.. 현실의 도피, 현실의 인정, 그리고 새로운 사랑도 찾게 된다. 이 과정들이 아바의 음악들과 함께 전체적으로 잘 녹아져 있다. 

첨엔 아바의 곡들이 뮤지컬 위해서 만들어진 걸로 착각했다. 가사 내용도 그렇고 전체 흐름도 그렇고.. 하지만 아니란다. 뮤지켤의 제작자인 주디 크레이머는 Winner takes it all를 처음 듣는 순간 뮤지컬 제작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발표한 시기와 곡이 속한 앨범도 거의 다르다. 아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아바의 곡들은
나의 누나가 워낙 즐겨 들어, 어릴 때 다니면서 흥얼거릴 정도였다. 시기로 치면 70년 중반 정도...

내가 보기엔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되었지만, 영화의 생명력을 불어 넣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 메릴스트립이다. 그녀가 이 영화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슬픔, 아픔, 기쁨, 사랑, 감정의 숨김
이 모든 감정을 너무 잘 그려냈다.

메릴스트립과 첫번째 만남은 영화를 무척 좋아했던 중학생 때 봤던 '소피의 선택'에서 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화평론가 정영일씨가 KBS에서 주말 저녁에 방영했던 주말의 영화를 소개하곤 했는데, 이 분이 특이한 건 방송사의 공식 영화소개자였음에도 질이 떨어지는 영화는 아주 보지 말라는 식의 소신잇는 평을 하기도 했다. 트랜스힐의 영화가 그 대표적인데 보지말고 그냥 자라는 평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소피의 선택에 대해서 대단한 극찬을 했다. 2차대전을 그린 영화중 가장 훌륭하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해 가면서 말이다. 당시 부모님의 눈치를 보면서 영화를 봤는데, 아직까지도 나에겐 최고의 영화로 남아 있다.  메릴스트립의 젊을 때의 작품이며, 아마도 그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2차대전 와중에 2명의 자식을 가진 폴란드 어머니로 나치로부터 가족과 애기들을 잃고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으로 나온다. 그리고 유태인이며 천재지만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자 친구(케빈 클라인)와 서로를 위로하기도 상처주기도 하면서 힘겹고 어려운 사랑을 하게 된다. 결국엔 이 둘은 자살로 결말을 맺는다.
여기서 메릴스트립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어색한 폴란드인의 영어사투리를 쓰며, 불안감이 늘 묻어 있는 어눌한 대사표현은 가히 압권이다.

그리고 다시 메릴스트립은 대한 것은 디어헌터에서였다. 베트남 파병군인 로보트 드니로의 애인으로 나온다. 월남에 참전한 드니로는 생사가 알려지지 않아 기다리던 메릴스트립은 친구의 연인이 되고, 돌아온 드니로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하고 친구를 찾으러 전쟁터로 되돌아 간다. 그 때의 메릴스트립은 단아하고 슬프게 나온다. 죽은 줄 알았던 옛 남자친구의 귀환을 놀라워 하며 슬퍼한다. 호숫가의 작은 오두막에서 만남, 재회를 기뻐하지만 현실을 거부할 수 없었던 그들의 표정들이 떠 오른다.

그리고 한 참을 흐른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다시 만났다. 도도하고 권위적이며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패션전문가로 나온다. 그 동안 많은 영화에 출연했겠지만 나와의 만남은 그녀가 나이가 함 참 들어서 였다. 역시 대단했다. 이 영화의 반은 그녀의 숨결로 살렸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맘마미아... Winner takes it all를 부르면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 때의 표정과 연기라는 것은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가사의 은유도 훌륭하지만 과거의 상처에 대한 아픔, 그리고 사랑을 잃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상황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은 감정, 그리고 밀려오는 현재의 사랑..이런한 교차된 감정들이 너무 잘 표현되었다.

난 메릴스트립의 슬픔을 머금은 환한 미소를 좋아한다.  슬픔을 이겨낸 기쁨이 아마도 가장 큰 기쁨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표현을 메릴스트립만큼 잘 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맘마미아를 놓치지 않아서 즐거웠고  메릴스트립을 다시 만나 반가웠고, 그리고 그녀의 슬픔을 머금은 환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