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5. 01:38

Passoni_자전거의 고전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는 보는 것은 전과 같이 않으리라'
대학시절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 답사기(1)'에서 접하고는 맘에 크게 와 닿았던 문구였다. 그 책은 나의 주변 늘 있던 옛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해주었고, 주위의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해주었다. 

혜선(KHS alite 1200)와 함께 시작한 나의 자전거속으로 여행은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해 주었고, 나의 내면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다 자전거 세계를 기웃거리는 작은 시작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알았던 자전거는 생활 자전거와 MTB와 싸이클이고 혜선이보다 비싼 자전거는 고가 그리고 싼 자전거는 생활 자전거 정도로 구분하다가 어느듯 자전거의 역사와 세계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미국이 최고가 자전거를 생산하는 곳이고 산악자전거가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된 것이며, 티타늄이 최고의 소재라 알고 있었다. 주변의 자전거에 관한 편향된 지식들을 접하면서 나는 잘못된 자전거의 편견을 상식인양 머리속에 담아두게 되었다. 

그러다 단순하게만 보이던 로드싸이클이 수백년간의 업력을 쌓은 대단한 기술의 산물임을 알게 되고 200여년 자전거 역사를 알게되면서 나의 눈은 띄이고 자전거 프레임과 구동계, 훨세트 등 부품의 기술력을 알아나가게 되면서 편견은 지식으로 바꾸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Passoni를 만나게 되었다.

Passoni와 첫 만남은 그야말로 평이하고 조그마했다. 자전거 샵을 견학하기 위해서 간 필샵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샵은 광진구 중곡동에 초라한 2층짜리 건물에 2층에 위치한 가게이다. 가게 간판은 따로 없고 창문마다 비닐로 쓴 필샵이라는 글이 간판을 대신한다. 누가 봐도 유로피언 로드 자전거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라기녕 커녕 자전거 가게인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모인 그야말로 최고의 전문 자전거 가게이다.

내가 필샵을 들어 섰을 때, 고급스럽게 보이는 자전거가 제대로된 진열없이 생긴 모습대로 도열되어 있었다. 그래도 한 눈에 범상치 않음을 알았다. 곧 그 자전거들이 최고의 명품들인 Time, Look, Bianchi임을 알아내는 데는 알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창가쪽 2단 봉 거치대 위에 또 하나의 범상치 않은 짙은 회색의 자전거 한 대가 소리없는 강한 포스를 품고 걸려져 있었다. 약간 먼지를 뒤집은 쓴 모습에 오래되 보이는 물통이 끼워져 있었다. 전시용은 아니었다. 그렇게 어지럽게 널려진 자전거들은 최소 1200만원 이하가 없다는 것을 이내 알고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중에 최고가의 영예은 2단에 널려진 짙은 회색 자전거로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2500만원... 허걱. 저 자전거가..
그것이 Passoni와 나와의 첫만남이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흔히 볼 수도 없지만) 고가대의 자전거들은 이 분야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 이름도 들어도 가슴이 뛴다. 100년의 역사를  넘게 가진 비앙키(Bianchi)의 928 Carbon SL이나 3대 명브랜드에 속하는 Pinarello의 프린스, Colnago의 CLX Ultegra 그리고 로드의 제왕 De rosa의 King 3.... 이들의 위용은 가히 압도적이다.
화려한 데칼, 날렵하고 카리스마 있는 각과 빛나는 프레임 그들을 평가함에 있어 어떤 단점도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단연 한 눈에 들어오는 힘을 가졌지만, 주위를 화려하지 않는다. 아니 주위를 화려하게 해도 자신을 내 비칠뿐이다. 내가 본 Passoni는 이들과 다른 어떤 힘을 준다.

Passoni는 튀지 않는다. 조용히 자신을 수련하는 겸손한 수도승의 모습이다. 자신을 내세우려 나서려 하지 않는다.  속으로 잠재된 기운을 내재되어 있어 이내 그 내공은 드러난다. 어떤 화려한 데칼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고함을 가졌다. 무광의 짙은 회색... 그것의 은은함이란. 그것이 Passoni의 힘이다.

Passoni는 이태리의 자전거의 기술이 집합된 오래 한 사람만을 위한 자전거다. 주문 제작만이 가능하고 그 외는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티탄과 카본과 스테인레스가 쓰였고, 그 공법은 섬세하기 이를데 없다. 결코 가볍을 수 없는 재료로 어떤 자전거의 가벼움을 능가한다. 튼튼하기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이런 내재된 힘들이 하나의 힘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는 10대 체 안된다고 한다. 일년에 생산대수가 500대를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대량생산의 달콤한 수익을 장인정신으로 녹여넣었다. 자전거의 힘이 느껴지고 이태리의 자전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내가 Passoni를 보게 된 건 행운이다.

Passoni의 최상급 모델 XXTi 단연 고풍스럽고 단아하다. 필샵 사장님의 애마 Nero의 모습보단 화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