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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9. 22:05

길_20081108

남서벽은 에베레스트 중 가장 가파르고 그 누구도 이 길로 오른 사람은 아직 없다.



영화 '길'은 2007년 남서벽으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해서 나선 원정대의 도전을 담은 다큐멘타리다. 에베레스트는 수 많은 산악인이 도전한 산이고 등정한 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봉은 산악 장비의 발전, 등반 경험과 기술의 발전으로 돈만 내면 일반인들도 전문 산악인의 도움으로 받아 등정하는 봉이다. 그야 말로 상업등정이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하는 길은 많은데, 아직 대지의 어머니 초모랑마(티벳어)가 허락하지 않은 유일한 길이 남서벽이다. 이 길에 한국 등반가들이 도전장을 내었다.

내가 한 참 산을 다닐 때는 K2와 아이거북벽을 가 보고 싶었다. 그 땐 주말마다  인수봉과 선인봉에서 살았다. 뜨거운 뙤약빛에 달거워진 하얀 바위에서 나의 꿈을 키우고, 저녁엔 산우들과 즐거운 꿈을 그렸다. 해외원정은 우리가 다녔던 산들과는 다르다. 거긴 죽음이란 수식어가 늘 붙어 다닌다. 그리고 그것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을 가고 싶어한다. 나도 그랬고,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세상의 꼭대기에서 하늘과 세상을 가르는 곳을 단 한번 볼 수 있다면이라는 그 생각이 나를 이끌게 한다. 내게는 그랬다.

처음 시작한 영화는 가끔씩 원정대를 따라 다니며 촬영한 TV용 다큐멘타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장비의 무게때문인지 좋은 카메라를 쓰지 못해 화질도 그리 좋지 못하다. 원정대를 꾸리고, 티벳에 들어가고, 캐러번을 하고.. 이런 원정할 때마다의 일반적 과정은 조금 지루했다.

등정이 시작되면서 긴박해 진다. 촬영은 전문이 없다. 최고 캠프를 올라가는 대원들 중 한 명이 번갈아 찍는다. 등정과정을 설명하고 등반하고 길을 찾고, 줄을 까는 걸 찍는다. 그들 아래로 펼쳐진 아베레스트의 산세는 무섭기까지 하다.1차 3캠프까지 설치 후, 힘들게 4,5차 캠프를 설치하기 위해 8,000m이상에서 힘들게 작업한 후, 저녁에 일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대원들이 얼마나 힘들며 공포와 두려움에 쌓여 있는가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6,000m이상 부터는 죽음의 지대다. 4,000m 이상부터는 우리가 사는 대기보다 산소량이 반이 줄고 6,000m 이상은 1/3밖에 없다. 거기에 있는 그 순간순간이 죽음으로 향하는 것이다. 모든 세포들이 죽어가기 시작하는 곳이다.
8,000m에서는 생각의 수준은 유치원생도 체 되지 못한다. 모든 감각은 마비되고, 상황판단은 멈춘다. 그래서 수 많은 산악인들은 거기서 생애를 마감한다. 

아직 미등지인 남서벽을 그렇게 도전한다. 긴박하게 서로의 극악의 희생을 통해 등정을 일정을 잡고 도전하나, 대지의 여신은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등정하기로 한 날 예고없는 폭설로 캠프2에 동료를 대신하여 올라갔던, 2명의 대원이 눈사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그들 주검을 찾고, 화장을 치르고 오열하는 대원들의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왜 이 영화가 지금에서야 개봉되는 건지, 그리고 왜 영화로 개봉하는 건지 살짝 헷갈린다. 나와 함게 본 관객들은 아마도 초로의 어른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은퇴한 산악인 또는 가족 관계인 같다.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에베레스트의 거대함, 거기에 생애를 걸고 진지한 투혼을 발휘한 대원들의 모습, 그들 얼굴에 비쳐진 희망, 공포, 좌절의 순간들을 같이 할 수 있어 좋았다.

자기가 가장 가고 싶어 하고, 가장 사랑하고, 가장 묻혀 싶어 했을 곳에 자기의 영혼을 묻은 두 산악인 오희준, 이현조 대원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비록 남은 사람이 아프고,그들의 생애가 짧았으나, 그래도 그들이 가장 행복했을 거라 믿고 싶다.  자신들이 가장 사랑했을 곳에 자신을 영원히 남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