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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6. 18:11

팔당댐 라이딩_20081213

지글 지글~~ 잘 달궈진 돌판 위에 한우 특수부위들이 익어가고 있다. 진구는 젓가락을 앞으로 들고 짐짓 고기가 탈 세라 뚫어져라 보고 있다. 한 쪽면이 다 달궈졌다 싶으면 뒤집고, 다른 한쪽면이 다 익으면 얼른 꺼내 들어 세민이와 나에게 한 점씩 주고는 자기도 한 점 먹는다. 아~~ 정말 맛있다. 한우기 비싼 줄만 알았지 이렇게 맛있을 줄은..

처음 목표지인 미사리를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여 점심을 얼른 먹고 동쪽으로 더 가보기로 했다. 내가 설악산을 갔다가 서울로 올 때 즈음 들리는 미사리의 설렁탕집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여기서 설렁탕이나 갈비탕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낮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한우들을 굽고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진구가 총대를 매고 특수부위를 시켰다. 진구는 라이딩할 때 잘 먹질 않는편이다. 그런데, 진구가 배고프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난 고기를 이렇게 맛나게 먹어본 기억이 없다. 난 고기가 구워지면 온갖 것들과 함께 쌈을 싸 장을 듬뿍 넣어 먹었다. 사실 탄 부위를 더 좋아라 한다. 그런데 진구가 살짝 겉만 익혀 속은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종의 레어상태로 줬는데, 아 기막히다. 아 고기를 이렇게 먹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순간 느껴진 듯 했다.  진구의 말대로 10분 체 못되어 600g을 바닥내고 냉면이랑 밥을 시켜 배를 채웠다. 고기로 배를 채우는 것은 고기를 음미하는 진정한 자세가 아니라고 했다. ^^

지난 주 일요일 날씨는 영하 10도, 눈까지는 오는 이른 아침에 수원역까지 갔다가 라이딩이 취소되고는 돌아왔다.
그런데 왕복 2km 남짓사이에 나의 오른쪽 두번째 발가락에 동상이 왔다. 예전 겨울 등산할 때 심한 동상전력이 있어 내 발가락은 동상에 취약하긴 하다.

이번 라이딩을 위해서 철저히 준비했다. 상의는 기능성 이너웨어에 기능성 보온 스트레치 받쳐 입고 고어텍스 자킷으로 하의는 기능성 속옷바지에 기모패드 바지...얼굴은 목출모 손은 속장갑에 고어텍스 장갑... 10년 전 썼던 등산장비로 완전무장을 했다. 문제는 발이었다. 지난 번에 두꺼운 양말 두개와 여름용 클립화를 신었는데, 이번엔 얇은 면양발에 두꺼운 모양말을 껴 신고 클립화를 신었다. 지난 번보다 발에 여유가 있는 듯 하다. 그래도 걱정이었다.

 약속 장소 과천에서 출발 양재천을 따라 내려갔다. 조금 풀리긴 했으나 여전히 추운 날씨(4도 정도)에도 라이더들이 적지 않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다.

난 이제 더 이상 세민이만 이겨내면 최고가 되는 넘버 투가 아니었다. 진구도 쫓아가기 벅차다. 세민과 진구는 나와 격차를 벌이고 저 멀리 간다. 내가 처음 동우회랑 자전거 탈 때의 외로웠던 소외의 느낌이 밀려온다. 우리 모임의 첫 라이딩 때의 진구와 나의 상황은 3개월만에 역전되었다. 아~ 믿기지 않는다.  종엽이까지 왔더라면... 아 생각하기도 싫다. 

진구의 일취월장이 대단하다. 진구는 한동안 삼천리표 미니벨로로 힘들게 일행을 따라다녔다. 그 땐 평속 20km/h를 넘겨도 무쟈게 힘들어 했었다. 그리고 지금의 Pain Killer로 바꾼 후, 확 달라졌다. 로드 전문 자전거이기도 하지만, 미니벨로시절 기계적 한계를 메꿀려고 노력했던 신체적 정신적 노력이 이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 오늘 로드중 최고속 40km/h를 넘겼다고 한다. 진구의 거듭된 발전에 놀라울 따름이다.

타는 시간이 길수록 스피드가 빨라질수록 발은 더 시려워온다. 발가락이 부어 좁은 클립화의 압박으로 심지어 발바닥이 쥐가 난다. 더 이상은 참고 가기 힘들었다. 결국은 양재천과 한강의 합수 지점에서 신발커버를 샀다. 조금 비쌌지만 어쩔수가 없다. 커버를 하니 훨씬 나은 듯 했다. 그래도 한강의 찬 바람앞에선 발이 시렵긴 마찬가지였다.

미사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반도로를 타야한다. 한강 자전거 도로는 암사에서 끝이나고, 거기서부터는 하남을 거쳐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맘씨 좋은 아저씨를 만나 가는 길을 듣고 쉽게 갈 수 있었다. 암사동에서 토끼굴을 지나 큰 도로를 접어 들다가 좁은 2차선 도로로 해서 우회해서 들어갔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한 번에 미사리에 도착했다. 
식사 후, 동쪽으로 더 달리기로 하고 팔당대교를 건너 청평가는 구국도로 해서 팔당댐까지 갔다. 팔당댐은 자전거로 건널 수가 없어, 조금 아래쪽 팔당댐 전망대에서 쉬었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다. 꽤난 큰 팔당댐과 강에 먹이를 찾고 있는 고니때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더 가고 싶었으나, 담을 기약하고 돌아섰다. 오는 길에 미사리 조정경기장(지금은 경전장)에 들러 잠시 쉬었다. 차로 여러번 온 길이지만 자전거와는 전혀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자전거는 느낄 수 있다는 너무나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6시경 출발했던 과천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진구와 나는 몹시 지쳤다. 저녁은 중국집에서 빽알로 온 몸을 녹였다. 따뜻한 탕수육과 고추잡채는 집는데로 배로 다 들어온다. 진구의 거제도 이야기, 나의 페이스 급저하 분석...그렇게  겨울 라이딩을 정리했다.

겨울 라이딩은 매력적이다. 한강의 스산한 바람소리, 온 몸을 받아내는 차가운 바람, 그리고 선명하게 대비되는 물빛, 하늘 빛, 그리고 앙상한 나무들... 고요한 라이딩이다. 하지만 추위는 좀 그렇다. ^^
 
라이딩 요약
총거리 : 88.8km
평속    : 17.8km/h
운행시간:4시간 20분
날씨 : 맑음. 낮 4도/오후 0도
여정 : 과천중앙공원-양재천-한강-암사동-미사리-팔당댐-한강-양재천


양재천 자전거 도로가 시작되는 과천중앙공원

양재천은 아기자기 하다. 중간 즈음에 이런 분수대도 설치되어 있다.

양재천 보이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건물들.. 하나의 섬처럼 느껴진다.

새로 산 신발 커버.. 따뜻하기는 했는데, 하루만에 밑에 구멍이 났다. 걷지도 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커버가 김연아의 스케이트화랑 비슷하다고 해서 어슬픈 스케이트 포즈 취하며 지랄.

점심 때 특수부위중 차돌박이..진구는 먹질 않았는데, 그 깊은 뜻은 나중에야 알았다. ^^

마치 검시관처럼 특수부위를 살펴보고 있는 진구.. 정말 미식가다.

특수부위고기들(갈비살, 채끝..) 또 뭐지 ?

이 집 맛 개얀타. 설농탕도 꽤 양도 많고 맛도 깊다.

망경원을 통해서 본 한강의 고니와 잡새들.

팔당댐 전경... 평화롭다.

팔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세민.. 진정한 라이더다.

오늘의 히어로 진구... 이렇게 많이 먹는 날은 처음 봤다. ^^

망원경... 정말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망원경을 통해서 본 한강의 고니들..

조정 경기장에... 한

조정경기장에서..

조정경기장에서..

짱께 집에서 아래목에 늘어져 있는 진구. 꽤나 힘든 라이딩이었다.

빽알.. 아 맛나~~

오호 탕수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