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6. 21:41

홍릉가족 송년회_20081229

이번 모임은 달리기로 했다.
과거 대우시절 아무 이유없이도 때로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만들어서도 일주일에 두어번씩 달렸다. 그래서 달리는 거라면 아무 거릴 것없는 친구들인데 12시가 약간 넘은 시각 쓸쓸히 헤어졌다. 미안했다. 나때문이다.
지난 번 모임에서도 아침 라이딩 약속으로 달리지 못했다. 그 땐 달리자라는 선약도 없었긴 했지만 우리들 사이의 묵계율이었는데, 이번엔 속초라이딩건으로 다음으로 미뤘다. 다음엔 꼭 달리자. 2월 초순에 하기로 했지..^^

영호는 무겁다. 어떻게 보면 무거움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안다. 대우시절 아침에 모닝커피가 일상의 시작이었는데, 가장 늦게 나온다. 그래서 결국 얻어 먹는데, 한 번은 영호 커피를 얻어 먹기 위해서 모두가 느릿느릿 나갔는데, 늦게 나온 영호가 아무도 없는 걸 알자, 화장실로 갔다. 거기서 일도 보고 세수도 하고 신발끈도 정리하고... 결국 지친 우리는 영호 커피를 뽑아야 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진데, 영호는 잘 견뎌냈다.
지난 번 모임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애들들이 차례로 댓글을 달았는데, 영호만 빠졌다. 댓글달면 밥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한달만에 댓글이 달렸다. 밥을 사줘야 한다.
영호의 무거움의 미학은 우리들은 애초 이해대상이 아니다. 영호가 종부세를 이야기 하면 무겁던 입도 흥분으로 열리곤 했는데, 어느새 정부도 종부세를 유야무야시켰다. 영호는 정부를 대상으로도 자신의 무거움을 관철시켰다. 아~~ 대단한 영호.. 이젠 영호로부터 무거움의 철학을 배워야 되지 않을까...

나이 들어도 변함없이 만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거다. 지난 번 모임과 똑같은 장소를 경유했지만, 큰 틀의 주제와 메인 토커들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잘 살고 있다는 걸 보는 것도 기쁘다.

영준이의 골프사랑은 갈수록 깊어간다. 영준이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필드위에서 돌아댕기고 내기하고 엉뚱한데로 공을 보내서 헤매는 것 같고.. 정말 리얼하다.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댕기고 있지만, 언제 같이 한 번 돌아 다니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골프는 팍팍하게 느껴지는데 이 친구들과 돌아 댕길 걸 생각하니 아주 신나는 놀이처럼 느껴진다. 분명히 난 놀림감이 되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 같다.

지욱이는 지리산 셀파인가 보다. 셀파족들은 태어난 곳이 히말라야 산이라, 포터되는데 부족함이 없다. 지욱이도 군대시절 지리산에서 아주 살아서 그런지 유독 지리산에서 강하다.
예전 크리스마스를 끼고 한 친구와 함께 세명이서 지리산엘 갔는데, 결국 혼자서 많은 짐들을 지고 댕겼다. 산을 오를수록 힘들어야 정상인데, 지욱이는 더 생생해 졌다. 이번 선배들이랑 지리산 종주를 했다고 하는데, 결국 자기가 짐을 다 졌다고 한다. 담에 지리산 갈 일 있으면 꼭 데려가야 겠다. ^^

민규의 홍천 멘트덕에 이번 속초라이딩에서 분발할 수 있었다. 민규와 지욱이가 없었더라면 난 홍천 시가지에서 눌러앉아 다음날 고속을 타고 속초에 갔을지도 모른다.
민규는 늘 바쁘다. 하는 일이 중요한데다 영준이 말처럼 능력이 있는 친구라 일도 많다. 하지만 그 만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긴 하다. 그래도 현실감이 있는 친구라 정말로 지쳐하거나 그런 일로 상사나 동료들을 놀래키지는 않는다. 우리와 있을때 토로할 뿐이다. 그래서 믿음이 가고 잘해 낼 거란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그런 의연한 모습으로 일처리를 해 나간다면 반드시 그 보상이 어떤 형태든 가리라 믿는다.

우리가 만난지도 10년째가 되어간다. 실제 같이 일한 시간들은 짧았지만, 그 기간이 찐하고 강렬하여 지금도 서로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봐도 즐겁고 좋다.

다음엔 꼭 달리자. 친구들아. ^^ 새해복들 많이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