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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17. 14:08

강화도 1박 2일 라이딩1_20081115~16

집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경, 수원에서부터 강화도를 가야한다. 사실 아침 약속인데, 개인적인 일로 혼자서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인터넷에서 강화도까지의 최적의 길은 94km 정도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전거 길로 우회해서 가다보면 족히 110km 넘을 것 같다.  힘들거라 예상했지만 천천히 가 보기로 마음 먹고, 혜선를 재촉했다.

수원에서 안양천 들어서는 길은 늘 헷갈린다. 자출사를 뒤져서 자세한 설명까지 익혔는데, 막상 위치에 도달하면 헷갈린다. 차라리 지난 번 길로 들어설 걸 후회하면서 안양천을 겨우 찾아 들었다.  안양천을 한 참 올라서 스피드를 올렸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거꾸로 달리고 있었다. 물줄기는 나의 반대로 흐르고, 길은 좁아지고... 쩝 다시 방향을 돌려 한강으로 향하는데 세민에게 전화가 왔다. 초지대교를 건너고 있단다. 내가 군포 즈음이라고 했더니, 상당히 놀라워 하면서 걱정한다. 나도 놀랍고 조금 걱정된다.

자전거 도로에서는 평속 20km/h를 잘 넘지 못한다. 저녁이 되면서 기온과 체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빨리 달릴 이유를 찾지 못해서이다. 그렇게 내려가다 구일역에서 떡뽁기로 허기를 채우고 있을 무렵, 다시 세민에게 연락이 왔다. 이미 주위는 어둡다. 세민이는 자전거로 오지 말라고 한다. 강화도까지 국도가 너무 위험하다는 거다. 게다가 밤이고 혼자인데, 너무 걱정된다는 것이다. 흠, 듣다 보니 나도 살짝 걱정된다. 그래도 약속인데, 가겠다고 하고 나섰다.

행주대교 마지막 휴게소에서 영양바를 먹으며 도로 상황을 보고 갈건지 돌아갈건지 결정하겠다고 세민이게 알리고 큰 호흡을 하고 국도로 올라섰다. 교차로를 따라 직진해야 하는데, 샛길로 빠지는 차량의 양과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덧옷을 입었는데, 코발트색 자킷이라 어둡다. 걱정이다. 저녁에 나의 옷까지 짙으면 운전자가 못 알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야했다. 그리고 기회를 틈 타 교차로를 건너면서 강화도 국도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일반 차도 라이딩은 수원에서 너무 익숙하다. 내가 늘 다니는 수원역에서 광교산입구까지의 도로 상황은 최악이다.
4차선에 수 많은 정차 차량들, 폭주하는 좌석버스들, 개념없는 도로횡단자들, 최악의 도로 여건들.. 난 거기를 일주일 두세번은 차들과 함께 다닌다. 그래서 그런지 국도에서는 겁이 없는 편이다. 강화도 길은 그래도 나았다.

김포까지는 8차선에 갓길도 제법 잘 정비 되어 있다. 게다가 가로등이 나의 앞길과 나의 위치를 잘 알려준다. 김포를 지나 강화도까진 여건이 점점 나빠진다. 갓길도 없다. 어둡다. 게다가 차들이 광폭해진다. 그럴 수록 난 한 차선을 차지하고 달렸다. 이럴 땐, 차도 옆에서 달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내가 차라고 생각하고 같이 달려야 한다.
그래야만 운전자들이 나를 인식한다. 물론, 그 때는 신호등도 여느 차들과 같이 지킨다. 난 운전자들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걱정이 되었는지 세민에게 전화가 자주 온다. 강화도 10km남겨두고 세민이랑 통화했을 때는 세민이도 놀란다. 왜냐면 난 무서운 속도로 국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차도를 차지하고 천천히 달릴 수 없는 노릇이다. 평속 26km/h이상으로 꾸준히 달렸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묵은 숙소를 찾아 들었다. 모두들 반가워 했다. 잠시간 난 영웅이 되었다. 예상대로 110km를 달렸고, 도착한 시간은 10시 가까이여서 였다. 짐을 풀고 잠시 이야기를 하고 곧 회의에 참석하였다. 우린 자전거로 뭔가를 꾸미고 있다. ^^

회의를 하는 동안 내 옆에 세워진 진구의 새로운 자전거에 눈이 간다. 섹시하다. 진구는 그 동안 삼천리표 미니벨로를 타고 다녔다. 그래서 늘 고생했다. 그런데, 이번에 멋진 자전거를 질렀다. 'Pain killer' 멋진 이름이다. 정말 진구의 지금까지 육체와 마음 고생을 덜어 줄 자전거 같다. 회의가 마물되고 자전거로 화제를 옮겼다. 진구가 Pain killer 사게된 경위를 듣고 얼마나 아끼는지도 들었다. 공감되었다. 그리고 세민이도 새 자전거를 샀다. MTB를 살 것이냐 로드용을 살 것이냐 고민하다가 'Merida' 중고를 샀다. 이뻤다. 이로서는 혜선이는 서열 2위에서 꽁지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난 혜선을 여전히 사랑한다.